기억장애 1

우리는 가끔 기억이 잘되지 않는다고 불평합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난 후에는 기억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기억이 잘 안된다고 해서 모두 기억장애는 아닙니다. 기억장애는 보통 어느 정도로 심각하냐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1유형은 대수롭지 않은 것들을 가끔 잊어버리는 정도입니다. 잘 알던 친구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든지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 정도는 30대인 사람에게서도 나타납니다. 제2유형에서는 잊어버리는 일이 좀 더 자주 일어나고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까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김 씨 할머니는 최근 들어 자신의 지갑이며 열쇠를 어디에다가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아들이 어디에 간다고 말한 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자기가 얘기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같은 말을 되풀이해서 말합니다. 할머니의 나이가 89세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 정도의 기억력 쇠퇴는 정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지면 문제가 됩니다.

 

기억상실증과 알츠하이머병

 

뇌가 손상되어 나타나는 가장 극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가 기억상실증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새로운 정보를 전혀 학습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지각학습, 운동학습, 조건화 등을 정상적으로 학습할 수 있습니다. 단지 의식적인 기억만 형성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뇌가 손상되기 전에 일어났던 사건은 기억할 수 있지만, 손상 이후에 일어난 일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보통은 뇌가 손상되기 전 일정한 기간 일어났던 일에 대한 기억도 사라집니다. 여기서는 이러한 기억상실증을 야기하는 원인 중 알츠하이머병과 코르사코프 증후군에 대해서 살펴볼 것입니다. 미국의 전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많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이 처음에는 기억력이 약간 손상되고 주의집중이 잘 되지 않습니다. 병의 초기에는 이 증상들이 가까이 있는 집안 식구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집안 식구들은 알츠하이머병의 초기에 환자의 성격이 변하고 종종 혼동하며 개인적인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결국 그 환자들은 말을 더듬거리게 되고 흔히 있는 사물의 이름을 생각해내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종종 '여기가 어디'며 '지금이 몇 년도 며칠'인지 생각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기억상실로 인해서 식구나 친구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먼 과거보다는 최근에 일어난 일을 더 기억하지 못합니다. 마지막 단계에 가면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전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 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환자는 혼자서는 누운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습니다. 이렇게 몇 주를 보내고 나면 폐렴이나 다른 감염에 걸려 사망하게 됩니다.

 

알츠하이머병 진행 3단계

 

첫 단계에서는 약간의 기억손상이 일어납니다. 처음에 주위사람들은 이것을 흔히 일어나는 건망증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점심때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랑 먹었는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를 계속해서 잊어버린다면 이런 현상이 몇 살 때 일어났건 이것은 정상이 아닙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말을 할 때 적절한 단어를 생각해 내지 못하여 그 단어 대신에 다른 단어로 대치하는 일이 자주 나타납니다. 느낌이 둔해지고 다른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추상적인 사고나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상실됩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모든 지적 능력이 붕괴되고 성격 전체가 파괴됩니다. 더 이상 식구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만약 일으켜 주지 않는다면 자리에 누운 채 식물상태가 되어 결국에는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와 정상적인 노화를 겪는 사람들의 뇌를 비교한 연구에 의하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크기는 눈에 띄게 감소하였습니다. 대뇌피질의 어떤 영역에서는 뉴런의 25%가 사라졌습니다. 해마에 있는 뉴런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남아 있는 뉴런의 섬유들은 엉켜서 단단히 덩어리져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는 그 크기와 무게가 평균 10%에서 15%만큼 감소합니다. 기억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단기기억과 장기적인 저장인 장기기억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단기기억은 이러한 환자에게 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기억은 장기기억입니다. 

 

넌 나한테 아이스크림을 갖다주는 아이지

 

다음은 마리온 슈벌린의 '사랑의 기억'에서 인용한 내용입니다. 아이는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할머니는 뭐든지 금방 잊어버렸습니다. 안경을 어디에 두었는지, 세금을 언제 내어야 하는지, 채소는 언제 사러 가야 하는지 매사를 잊어먹기만 했습니다. 아이는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가 왜 저러세요? 옛날에는 굉장한 멋쟁이셨는데 요즘은 슬퍼 보이고 영 정신이 없어 보이세요. 뭐든지 잘 잊어버리세요." 엄마가 말했습니다. "할머닌 많이 늙으셔서 그렇단다. 그래서 이젠 더 많이 돌봐주어야 해." 아이가 물었습니다. "늙으면 누구나 다 잘 잊어버려요? 나도 그렇게 돼요?" 엄마가 설명했습니다. "늙는다고 누구나 다 기억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 아마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신 것 같아. 그래서 더 자주 모든 걸 잊어버리시는 거야. 할머니를 더 잘 보살펴 주도록 아무래도 할머니를 노인 요양원에 보내 드려야 할 것 같아." 아이는 놀라서 소리쳤습니다. "엄마, 그건 너무 끔찍한 일이에요. 할머닌 집이 너무 그리우실 거예요." 그러시겠지. 하지만 이게 할머니를 가장 잘 위해 드리는 길이야. 그곳에 가시면 할머닌 간호를 더 잘 받으시게 되고 새 친구들도 사귀게 될 거야." 아이는 슬펐습니다. 그 생각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