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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소식 및 정보

정서와 편도체

by GCG 2023. 1. 21.

충격적인 사건을 겪는 동안 잃었던 자극들과 비슷한 자극을 접하게 되면 두 기억시스템 모두가 활발하게 작용하기 쉽습니다. 해마 시스템을 통해서는 그런 경험 동안 '누구와 같이 있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상황이 끔찍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낼 것입니다. 편도체 시스템을 통해서는 근육이 뻣뻣해지고 혈압과 심장박동률이 변화되고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이 두 시스템이 동일한 자극에 의해 활성화되고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두 종류의 기억은 마치 하나의 기억처럼 보입니다. 

 

두 살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 유아기 기억상실증

 

여러분은 두 살 때 자신의 생일날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할 수 있으신가요? 세 살 되던 해 생일에 무슨 옷을 입고 있었고 네 살 때의 주된 관심사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할 수 있을까요? A가 만 세 살 때의 일입니다. 그 당시 A는 도봉산 아래에 있는 마당이 넓은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화창한 어느 가을 일요일에 A의 삼촌이 그 집에 놀러 갔습니다. 마침 A의 엄마가 옆집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왔습니다. "삼촌, 이 강아지 참 예쁘지요? 이 강아지 이제 우리 집 식구예요." "네 엄청 귀엽네요." "삼촌, 다음에 또 보고 싶으면 우리 집에 와요." A는 강아지를 안아 보기도 하고 업어 보기도 하면서  강아지를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A가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옆에 있던 강아지가 쪼르르 달려가더니 장독대 사이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엉덩이만 보였습니다. A가 달려가서 강아지 꼬리를 잡고 독 사이에서 빼내려고 했습니다. 너무 심하게 잡아당겼는지 강아지가 독 사이에서 빠져나오면서 '깽깽 A의 손을 물고 말았습니다. A의 손에서는 피가 나고 이제까지 기분 좋게 지내던 A는 시끄럽게 울어대기 시작했습니다. 꽤 오랫동안 울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강아지는 원래 주인에게 되돌아갔습니다. 얼마 후 A의 식구들이 아파트로 이사 갔습니다. 아파트라 개를 키우지 못했습니다. A는 이제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가끔 삼촌의 집에 놀러 가는데 그 집에는 큰 개가 두 마리 있습니다. A는 그 집에 갈 때마다 개 때문에 고민합니다. 묶어 두어도 굉장히 겁을 냅니다. 삼촌이 A에게 말했습니다. "너 아기 때는 강아지 데리고 잘 놀더니만 지금은 강아지가 그리도 무섭니? 네가 만 세 살 때 강아지한테 물리기 전에는 강아지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었어." A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아파트로 이사 가기 전에 살았던 집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안 나요." 삼촌이 말했습니다. "그래? 너 옆집에서 강아지 가져와서 놀다가 물린 일 생각 안 나니? 얼마나 오랫동안 시끄럽게 울었었는지 모른다." A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만 3세 이전의 일들은 거의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런 현상을 유아기 기억상실증이라 부릅니다. 유아기 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프로이트가 처음으로 논의했습니다. 그는 2세 때의 아동은 말을 충분히 잘하고 완전한 정신적인 상태에 있지만 나중에 그때 했던 말을 해보라고 하면 그것에 대한 기억을 거의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프로이트는 '유아기 기억상실증이란 유아기 시절에 지녔던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원초적 욕망에 대해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런 욕망을 무의식 속에 집어넣는 과정에서 생긴다"고 보았습니다. 즉, 유아기 때의 지식과 기억이 모두 무의식으로 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유아기 기억상실증을 해마와 편도체가 성숙하는 속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으로 설명합니다. 해마는 뇌의 다른 부위에 비해 성숙하는 속도가 느리며 약 4세 정도가 되어야만 완전히 성숙하여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만 3세나 4세 이전의 일들은 의식적인 장기기억이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이에 비해 편도체는 해마보다 더 빨리 성숙하므로 3세 이전의 경험들이 의식되지 않으면서 무의식적인 정서기억을 형성합니다. 그리하여 그 사건을 일으킨 자극이나 단서가 있으면 편도체가 반응하게 되고 그래서 우리는 이유 없이 불안해하거나 이유 없이 즐거워하는 식으로 정서 반응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A의 뇌 속에 있는 해마가 만 3세 때에는 완전히 성숙하지 못하여 그때 겪은 경험이 의식적인 기억으로 형성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강아지한테 물린 경험에 대해 의식적인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A가 만 세 살이었을 때 편도체는 이미 성숙하여 강아지에 대한 무의식적인 공포가 형성되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A는 만 세 살 때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면서 강아지나 개만 보면 무서워합니다. 어떤 것은 기억하기가 아주 쉽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보았다면 그때 여러분은 대단히 놀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기억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굉장히 잘 됩니다. 이럴 때는 애써서 기억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고 말로 중얼중얼 암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 광경은 너무나도 선명해서 당신의 기억 속에서 평생 유지될 것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자세하게 기억할 수 있을까요? 바로 섬광기억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쭉 설명해 드려 보겠습니다.

 

섬광기억의 사례

 

여러분은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처음으로 들었을 때의 상황을 굉장히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참사가 있었던 날 여러분은 누구로부터 그 소식을 들었습니까?" "그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이와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면 여러분도 스스로 놀랄 정도로 그 당시에 있었던 세세한 것을 기억해 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질문을 받은 어떤 대학생은 그 당시 사건을 전해 주던 아나운서의 머리모양 및 옷 색깔까지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또 어떤 학생은 라면을 먹는 도중에 그 소식을 들었는데, 그때 먹은 라면 맛이 짰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 냈습니다. 또 어떤 학생은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늘랬는지를 말하면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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