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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소식 및 정보

지각학습과 지각기억의 이상

by GCG 2023. 1. 21.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뇌 손상으로 지각에 이상을 보이는 사례를 봅시다. 율리버 삭스가 음악가 P의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P는 뛰어난 음악가였습니다. 그가 음악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였습니다. P는 학생들이 그 앞에 와 있어도 학생들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학생이 말을 하면 그때 서야 목소리를 듣고 누군지 알아봤습니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자 P는 불안해졌습니다. 때로는 상대방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눈앞에 아무도 없는데 사람이 있는 듯이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에 있는 소화전이나 주차요금 자동 징수기를 보고 마치 학생인 양 꿀밤을 먹이기도 했습니다. P가 신경과 의사인 삭스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나요?" 삭스가 P에게 물었습니다. P가 대답했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내 눈에 이상이 있다고 보는 것 같아요." 삭스가 말했습니다. "그래도 잘 보이잖아요?" P가 대답했습니다. "그럼요 잘 보이지요. 그런데 가끔 착각을 일으킬 때가 있어요" 삭스는 P의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때 P는 창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그게 아니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방에 들어가서 삭스는 몇 가지 신경학적인 검사를 했습니다. 검사를 끝내고 P에게 이제는 구두를 신어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P는 1분이 지나도록 신발을 신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뭘 좀 도와 드릴까요?" 삭스가 물었습니다. P가 대답했습니다. "뭘 말입니까? 누구를 도와준다는 말씀이지요?" 의사가 말했습니다. "구두 신는 것 말입니다." P가 말했습니다. "아, 구두 말씀이었군요. 깜박 잊었습니다." P가 아래를 내려다보지만 좀처럼 시선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는 열심히 구두를 찾고 있었지만 전혀 엉뚱한 곳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그의 시선이 밭에 가서 딱 멈추었다. P가 말했습니다. "이것이 내 구두죠?" 의사는 대답했습니다. "아니에요. 그것은 당신 발입니다. 구두는 저쪽에 있어요." P가 의기소침해져 대답했습니다. "그래요 나는 그게 내 발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때 삭스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는 P에게 그냥 구두를 신겨 주었습니다. P의 시력은 마루에 떨어진 바늘도 찾아낼 정도로 좋은 편이었습니다. 다만 가끔씩 P는 자신의 왼쪽에 놓여진 물건을 보지 못했습니다. 삭스는 P에게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책에 있는 사진을 보고 말해 보라고 했습니다. P의 반응은 아주 이상했습니다. 그의 시선은 이 사진에서 저 사진으로 옮겨 다녔습니다. 사진에 있는 사소한 특징이나 고유한 특징은 잘 잡아내었습니다. 그러나 결코 장면 전체를 알아보지는 못했습니다. 얼마 후 검사가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P는 모자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손을 뻗쳐 아내의 머리를 들어 올려서 자기 머리에 쓰려고 했습니다. 그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부인도 이런 일은 늘 있는 일이라는 듯이 태연하기만 했습니다. 며칠 후 삭스는 다시 P를 방문했습니다. 삭스는 트럼프를 꺼내어 P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P는 잭, 퀸, 킹. 조커를 당장 골라냈습니다. 그런데 이 트럼프의 도안들은 뚜렷이 구분되는 것들입니다. 그다음에 삭스는 텔레비전을 듣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볼륨을 줄였습니다.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P는 화면에 나오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화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누가 누구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아인슈타인은 알아보네

 

방안에는 사진이 몇 장 걸려 있었습니다. 가족사진, 친구들과 찍은 사진,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 독사진이 있었습니다. 삭스는 이 사진들을 한데 모았습니다. 그러고는 하나씩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P는 대부분의 사진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학생도 심지어 자신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사진은 알아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징적인 머리 스타일과 콧수염으로 그를 알아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밖에도 몇 사람은 알아보았습니다. "아. 이건 폴이네요." 그의 동생 사진을 보면서 P가 말했습니다. "여기 좀 봐요 이 각진 턱 하며 커다란 이빨 하며, 폴은 어느 구석에 있어도 알아볼 수 있어요." 삭스가 보기에 P가 그 사진을 눈으로 보고 폴이라고 알아본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한 부분의 특징이 눈에 띄자, 사람이 누구인 것 같다'고 머리로 생각해서 주문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검사를 하면서 P에게는 전혀 감정표현이 없었습니다. P의 오른쪽 대뇌반구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감정표현에는 오른쪽 대뇌반구가 왼쪽 대뇌반구보다 더 중요하게 관련됩니다. P에게서 감정표현도 적절치 못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왼쪽만 무시하는 사람들

 

혼자 사는 S부인은 예순 살로 고혈압을 앓고 있었습니다. 약을 먹었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S부인이 안락의자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의자에서 일어나 전화기 쪽으로 다가가는데 갑자기 현기증을 느꼈습니다. 식탁을 붙잡으며 간신히 멈추어 섰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순간부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옆집 부인이 우연히 S부인을 찾아왔습니다. 옆집 부인은 S부인이 마룻바닥에 누워 신음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곧 구급차를 불러 S부인을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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