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학습과 지각기억의 이상 3

꽃은 어떻게 그리나? 

 

데이지꽃을 그릴 대에도 줄기부터 시작하여 한 개나 두 개 정도의 잎을 그린 후 나머지 꽃잎을 모두 오른쪽에 그려 놓습니다. 자전거를 그리라고 하면 바퀴 두 개를 그리고는 오른쪽에만 바큇살을 그려 넣습니다.

 

상상할 때도 왼쪽은 안 본다

 

비시아쉬와 루자티(1978)는 이런 단측무시를 보이는 환자들에게 '상상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럴 때도 그들은 왼쪽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 연구자들은 두 명의 환자에게 그들이 살고 있는 밀라노의 명물인 두오모 광장을 상상하면서 보이는 것을 말하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환자 자신이 두오모 광장의 북쪽 끝에 서 있다고 상상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을 말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들은 지체 없이 건물의 이름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단지 서쪽에 있는 건물들, 즉, 그들의 오른쪽에 있는 건물의 이름만을 말했습니다. 다음에는 그들이 두오모 광장의 남쪽에 서 있다고 상상하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도 그들은 자신의 오른쪽인 동쪽에 있는 건물만을 말했습니다. 분명히 이 환자들은 모든 건물과 건물의 위치를 알고 있었지만 상상 속에서도 시야의 오른쪽만 시각화해서 봤습니다.

 

머릿속에서 울려 나오는 노랫소리

 

청각 기억과 관련된 뇌의 기능을 아래에 나오는 사례를 통해서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C부인은 귀만 조금 안 들릴 뿐 다른 곳은 아주 건강했습니다. 이 부인은 호스피스에서 살았습니다. 1979년 1월 어느 날 밤, C부인은 아주 생생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립기도 한 꿈이었습니다. 어릴 때 아일랜드에서 살고 있던 꿈이었고 꿈에서는 노래도 나왔습니다. 어릴 때 모두들 즐겨 불렀고 그 곡에 맞추어 춤을 추던 노래였습니다. 눈을 떴는 데에도 노랫소리는 크고 분명히 들려 왔습니다. "내가 아직 꿈을 꾸고 있나?"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C부인은 분명히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깊은 밤이었습니다. 그 부인은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라디오를 틀어놓은 게로군. 그런데 왜 나만 잠이 깨었을까?" C부인이 방에 있는 모든 라디오를 조사해 보았지만 라디오 스위치는 모두 꺼져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빨에 박아 넣은 봉이 광석 라디오 기능을 해서 흘러 다니는 전파를 예민하게 잡는 일이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박아 넣은 봉 때문에 생긴 일이야. 이빨에 박아 넣은 봉에서 소리가 나는 거야. 곧 멈추겠지. 날이 새면 치료를 받아야지." 얼마 후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도대체 어떤 방송국이 이런 한밤중에 아일랜드의 노래만 크게 들려줄까? 아무런 소개도 설명도 없이 노래만 흘려보내다니. 게다가 모두 다 내가 아는 옛 노래만을 틀어주고 다른 노래는 내보내지 않는다니. 도대체 어떤 방송국이지?" C부인은 또 스스로에게 또 물었습니다. "라디오가 머릿속에 있는 걸까?" 그녀는 불안해졌습니다. 노랫소리는 변함없이 시끄럽게 울려 나왔습니다. 며칠 후 C부인은 신경과 의사한테 검사를 받았습니다. 의사는 C부인을 조용히 눕히고 머리에 뇌파(EEG, 뇌전도)를 측정하는 전극을 붙인 후 움직이지 말라고 일렀습니다. 말하지도 말고 마음으로 노래도 부르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기록을 하는 동안에 만일 노랫소리가 들리면 오른쪽 집게손가락을 살며시 들어 올리세요." 의사가 말했습니다. 두 시간 기록하는 동안에 C부인은 손가락을 세 번 올렸습니다. 손가락을 올릴 때는 언제나 측두엽에서 잡힌 뇌파가 C부인의 뇌에서 간질 발작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었습니다. 측두엽에는 청각피질과 청각언합피질 그리고 시각피질이 있습니다. C부인이 간질 발작을 일으키면서 청각연합피질을 흥분시켰던 것입니다. 여러분의 뇌는 전혀 손상이 없이 온전한데 도대체 뇌가 손상된 사람이 여러분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 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신경과학자들은 우리의 정상적인 뇌 부위들이 하는 기능을 뇌 손상된 환자에게서 사라지거나 달라진 기능으로 추론합니다. 여러분의 시각연합피질에는 이제까지 여러분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시각 기억들이 저장되어 있어 여러분은 사과를 보고 그것이 '사과'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여러분의 청각연합피질에는 여러분이 이제까지 들으면서 형성한 청각 기억들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삭아삭 소리를 듣고 '사과 먹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잘려 나간 다리가 계속 아파요

 

대뇌, 그중에서도 체감각피질과 그 주변에 있는 연합피질로 인해서 우리는 피부나 내장에서 들어오는 감각을 느낍니다. 즉, 이 뇌 시스템의 작용으로 우리는 촉각이나 온도감각, 통각 등을 느낍니다. 또 촉각을 통해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 뇌 부위의 기능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 환자는 무릎 절단으로 다리가 없어졌는 데에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놈의 다리 말입니다. 이 유령 같은 다리가 말입니다. 지독하게 아플 때가 있어요. 발끝이 위로 젖혀지기도 하고 쥐가 나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은 특히 밤에 심해요. 의족을 떼어 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 종종 통증을 느낍니다. 의족을 끼고 걸으면 통증이 사라집니다. 그럴 때도 다리가 거기에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경우에는 도움이 되는 환각이라고 할 수 있지요" 팔이나 다리를 잃은 사람들은 종종 잃어버린 팔다리가 여전히 붙어 있는 것처럼 느낍니다. 유령처럼 붙어 있는 팔다리에서 통증이 일어나는데 이 통증은 아직도 치료하기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