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2)

어떤 사람은 제게 '왼손을 쓰면 창의적으로 되는가' 하고 물어봅니다. 이는 '왼손과 관련된 오른쪽 뇌가 창의성과 관련되는가' 하는 물음과도 통합니다. 그런데 그 대답이 그렇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우리 뇌는 대단히 복잡합니다. 오른쪽 뇌와 왼쪽 뇌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 상호 작용합니다. 사람들이 어떤 특정 과제를 해결할 때는 보통 어떤 뇌 부위가 더 많이 관련됩니다. 그러나 동일한 과제라도 우리가 다르게 접근하면 다른 뇌 부위가 많이 작용하게 됩니다. 우리는 좌우 대뇌반구의 기능 차이에 관하여 살펴볼 것입니다.

 

다양한 학습과 다양한 기억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당황했던 경험에 대해서는 우리는 아무런 노력도 없이 대단히 잘 기억합니다. 또 우리는 어떤 것을 기억하려고 하는데 기억이 잘 안되는 것을 경험할 때가 많습니다. 여러분은 이전에 시험공부를 하면서 재미도 없고 연결도 잘 안되는 내용들을 외워서 기억하느라 고생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노력해서 학습하려고 했던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으면서 그때 공부하기가 힘들었고 지겹게 느껴졌던 것만 기억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기억력이 뛰어난 것을 대단한 능력으로 봅니다. 물론 필요할 때는 기억을 잘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억이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합니다. 우리는 '기억력이 좋다'라고 말할 때 보통 '의식되는 기억'만을 말합니다. 우리의 기억에는 보통 우리 자신이 의식할 수 있는 기억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기억이 훨씬 더 많습니다. 

기억나는 것

"작년 추석날 당신은 무얼 하고 지냈으니까?"
"초등학교 입학식 날이 기억납니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작년 추석날이나 초등학교 입학식 날을 기억하고 이런 질문에 대답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기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의식합니다. 이런 기억은 의식되는 기억입니다. 여러분은 '세금 고지서', '낙태 수술', '재수', '낙제' 등과 같은 단어를 들으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을 더듬거린다든가 얼굴이 빨개지거나 혈압이 높아진 적이 있으신가요? 여러분이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재수한 경험이 있다면 '재수'라는 단어를 들으면서 얼굴이 빨개지거나 거북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그러한 단어가 여러분의 뇌에 저장된 정서기억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그래서 뚜렷이 기억하지 못하면서 얼굴이 빨개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릴 수 있습니다. 이때 여러분은 자신에게 일어난 신체 변화를 잘 의식하지 못할 겁니다.

 

의식되지 않는 기억

 

올겨울은 유난히도 지루했습니다. 며칠 전 비가 갠 화창한 봄날 오후, 저는 생각지도 않았던 것을 찾아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제 자전거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광 속에 있는 상자 더미 아래에 깔린 것을 찾아냈습니다. 아직도 제가 이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30분 후 저는 차가 드문 도로에서 자전거를 붙들고 서 있었습니다. 주춤거리면서 저는 자전거에 올라타고는 힘껏 페달을 밟았습니다. 다음 순간 갑자기 저는 제가 너무 높은 곳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자전거가 넘어질까 봐 자전거 핸들을 힘주어 움켜잡았습니다. 넘어질까 봐 두려워하면서 말입니다. 아이고, 균형이 깨지면 나는 분명히 넘어질 텐데... 아직은 뛰어내릴 시간이 있겠지? 그때 갑자기 저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는 다리를 상하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저는 팔을 쭉 뻗으면서 몸의 균형을 잡았습니다. 잠깐 공포를 느끼면서 서두르게 자전거를 탄 후 곧 저는 우아하게 자전거의 균형을 바로 잡았습니다. 그다음 한 시간 동안 저는 기분 좋게 자전거를 타면서 동네를 돌아다녔습니다. 저는 종종 그날 자전거를 탔을 때처럼 제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을 시도해 보고 나서야 제가 그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합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으면서 제가 기억하고 있는 사실을 잘 의식하지 못한 것입니다. 아직도 저는 제가 어떻게 자전거를 타게 되었는가를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운동기억은 의식되지 않는 기억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어릴 때 제가 처음으로 자전거 타기를 배운 날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의식되는 기억입니다. 제가 그날 자전거 타는 것을 배우면서 저의 뇌 여러 부위에 동시에 여러 가지 기억이 형성되었습니다. 그중 한 가지가 '제가 그날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의식적 기억입니다. 그러면서 저의 뇌의 다른 부위에 자전거 타기에 관한 '운동기억' 역시 형성된 것입니다.

 

내가 아는 것

 

자전거 타기, 운전하기, 수영하기, 말하기, 7의 배수를 생각하기, 소변보는 것을 참기, 이 맛이 시금치 맛이라는 것, 어떤 사람을 봤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 평행봉 위에서 균형잡기, 광복절의 의미, 치과 드릴 소리를 듣고 불안해지는 것, 냄새만 맡고도 그것이 불고기 굽는 냄새라는 것을 아는 것. 

 

이 모든 것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것들은 바로 제가 학습하여 제 뇌 속에 기억으로 저장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어떤 것은 제가 의도적으로 배우려고 해서 학습한 것이고 또 어떤 것은 신경 쓰지 않았는 데에도 배운 것입니다. 어떤 것은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기억한 것이고 또 어떤 것은 단지 암기한 것입니다. 우리는 '학습'이라고 하면 보통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하는 공부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학습이란 수업 시간에 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경험으로 인해서 우리의 신경계, 특히 뇌가 변화한 결과로 우리가 지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고, 사고하고, 계획하는 방식이 변화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뇌에서 일어난 이런 변화를 '기억'이라고 합니다. 이때 기억이란 공백에 적어 넣은 내용처럼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뇌가 물리적으로 또는 화학적으로 변화해서 생기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