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3) 다양한 학습 시스템과 기억 시스템

다양한 학습시스템과 기억시스템

 

꽤 오랫동안 학습과 기억이 단 한 가지 시스템일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뇌에는 다양한 기억시스템이 있고 그러한 시스템 각각이 서로 다른 기억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제가 운전을 배울 수 있게끔 하는 뇌 시스템과 제가 첫 운전시험에서 실패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는 뇌 시스템은 다릅니다. 이러한 뇌 시스템들은 또한 제가 두 번째 운전시험을 보기 위해서 운전 시험장에 들어섰을 때 긴장하고 불안하게끔 한 뇌 시스템과도 다릅니다. 수분 이상 지속되는 기억을 장기기억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장기기억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고 이들은 서로 다른 뇌 시스템에 의해서 중개됩니다. 학습은 몇 가지 기본적인 형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이 누구다'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고 또 어떤 대상이 '사과'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능력을 획득하는 것이 지각학습입니다. '키위'를 처음 보았을 때는 여러분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을 것입니다. '감자에 털이 났네, 이게 뭐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보면 '키위'라고 단번에 알아차립니다. 기억이 형성된 것이죠. 이런 학습은 신경 쓰지 않아도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학습을 무시하기 쉽습니다. 뇌 손상된 어떤 사람이 시력은 온전한데도 자기 아내조차 알아보지 못합니다. 자기 아내도 기억해야 하고 그 기억이 온전하게 유지되어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게 사과?" 사과를 여러 번 보고 경험한 후에야 우리는 사과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과를 보고 '이것은 사과다'라고 알아보는 기억시스템이 있고, 눈감고 사과를 만져보고 나서야 '이것은 사과다'라고 아는 뇌 시스템이 따로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냄새만 맡고 아는 뇌 시스템이 따로 있고 맛을 보고 '이것이 사과다'라는 것을 아는 뇌 시스템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의 대뇌피질에는 이러한 것을 기억 저장했다가 기억해내는 뇌 시스템이 각각 따로 있습니다. 자기 아내를 보고 '내 아내다'라고 아는 것은 '이것은 사과다'라고 아는 것보다 더 복잡합니다. 그것을 담당하는 뇌 부위들은 서로 관련되지만 알아보기 위해서는 사과를 알아보는 뇌 부위와는 다른 뇌 부위가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자전거 타기나 자동차 운전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때 여러분은 운동학습을 하며 그 결과로 여러분의 뇌에는 그와 관련된 운동기억이 형성됩니다. 여러분이 이전에 자전거를 탔던 사람이라면 얼마 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았더라도 자전거 위에 앉으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면서 몸의 균형을 바로 잡고 페달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운동기억으로 일어난 행동입니다. 그 이외에도 연합학습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연합학습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다시 살펴볼 것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도 학습입니다. 이런 학습에는 해마라는 뇌 구조물이 관련됩니다.

 

뇌의 신비를 벗긴다

 

뇌는 위치에 따라 척수 바로 위에서부터, 수뇌, 후뇌, 중뇌, 간뇌, 종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수뇌에는 연수가 있습니다. 연수는 호흡이나 심장박동의 조절과 관련되기 때문에 이 뇌 부위가 다치면 사망합니다. 후뇌에 있는 뇌교는 대뇌와 소뇌를 이어주는 '다리'처럼 보인다 하여 뇌교라고 부릅니다. 여기에는 대뇌에서 소뇌로 가는 신경섬유가 많습니다. 소뇌는 운동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소뇌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합니다. 중뇌는 다른 뇌 부위에 비해서 인간에게서 크게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중뇌의 뒤쪽에 있는 상구는 시각반사에 중요합니다. 그 바로 아래에 있는 하구는 청각시스템의 일부입니다. 중뇌의 앞쪽에 있는 흑질과 적핵은 운동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간뇌에는 위쪽에 시상, 아래쪽에 시상하부가 있습니다. 시상은 여러 감각정보가 대뇌로 올라가면서 다른 뉴런과 시냅스 하는 부위입니다. 시상하부는 매우 작은 뇌 구조물이지만 많은 신체기능을 강력하게 지배합니다. 특히 시상하부는 바로 아래 매달려 있는 뇌하수체를 통해서 여러 가지 호르몬의 분비를 통제합니다. 종뇌에 있는 변연계와 기저핵은 대뇌반구의 내부에 있습니다. 변연계를 이루는 구조물로는 해마와 편도체 등이 있습니다. 해마는 그 모양이 '바다의 신이 타고 다니는 말'처럼 생겼다 하여 '해마'라고 부릅니다. 63빌딩 수족관에 해마가 살고 있습니다. 해마는 의식적인 기억을 형성하는데 관련되는 중요한 뇌 구조물입니다. 여러분이 해마를 보고 그다음 날 해마를 봤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이는 여러분의 뇌 속에 있는 '해마' 덕분입니다. 편도체는 그 모양이 마치 복숭아처럼 생겼다고 하여 '편도체'라고 합니다. 편도체는 정서 및 정서학습에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글 화면을 잠시 끄고 방금 전에 본 해마에 관해서 생각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딴 생각을 하면서 책을 보았다면 생각이 잘 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뇌에 들어간 것이 거의 없을 테니까 말이죠. 포스팅 내용을 보지 않고 기억해 본다면 여러분은 수동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학습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학습한다면 여러분은 거의 무엇이라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