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억에는 의식되는 기억뿐 아니라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기억이 있습니다. 의식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억이 많이 있습니다. 기억상실증 환자에게서 현저하게 결함이 나타나는 기억은 의식적인 기억이며 그들의 뇌에서는 해마라는 뇌 구조물이 많이 손상됩니다. 해마는 의식적인 기억시스템에 관련됩니다. 기억상실증 환자들에게서 의식적인 기억이 손상되더라도 특정한 기술을 배우는 능력이나 지각하는 능력은 영향받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 기억과정은 크게 의식적 기억(선언적 기억 또는 의현적 기억이라고도 함)과 의식되지 않는 무의식적 기억(또는 암묵적 기억이라고도 함)으로 분류됩니다. 의식적인 기억시스템과 무의식적 기억시스템도 또한 여러 하위 기억시스템으로 분류됩니다. 각 하위 기억시스템에 관련되는 뇌 부위들을 따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나 동물이 중요한 것을 배울 때 이 기억시스템 중 여러 개가 활동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기억을 우선 의식적인 기억시스템과 무의식적 기억시스템으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의식되지 않는 기억이 신체반응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다니엘 트러넬과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소개한 사례를 봅시다. 어떤 사람이 뇌졸중을 일으킨 후 사람의 얼굴 모습만 보고는 사람들을 알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뇌졸중은 흔히 중풍이라고 부르는 병입니다. 그러나 그 환자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는 그들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제 그 환자에게 친구나 친척의 사진을 완전히 낯선 사람의 사진과 뒤섞어서 하나씩 보여줍니다. 그 환자는 낯익은 얼굴을 보면서도 그 얼굴을 안다는 것을 의식하지도 못하고 말로 표현하지도 못합니다. 사진들을 보여 주면서 피부 전기전도도(피부에 전기가 얼마나 잘 흐르는가를 측정하는 것)를 측정해 보면, 이 피부 전기전도도는 친숙한 사진을 볼 때에는 모르는 사람의 얼굴을 볼 때와는 다르게 변합니다. 그러니까 몸의 수준에서는 친숙한 얼굴을 알고 있다는 것이 표현됩니다. 이 환자는 의식적인 수준에서는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여 그 사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의 피부반응은 비언어적인 수준에서 사진의 주인공을 알아봅니다. 즉, 기억한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우리는 이런 흥미로운 현상을 통해서 의식적으로 회상할 수 있는 기억과 회상할 수 없지만 알고 있는 기억이 서로 다른 뇌 시스템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지식 중 어떤 것은 우리가 의식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두 개의 기억시스템에 관해서 살펴볼 것입니다. 이 두 종류의 기억은 별도로 존재하여 두 개의 시스템 중에서 어느 하나가 손상되어도 나머지 하나는 정상적으로 작용합니다. 이를 아래에 나오는 유명한 사례를 통해서 잘 볼 수 있습니다.
의식적인 기억과 해마
어떤 뇌 부위가 의식적인 기억과 관련될까요? 이 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에는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우리는 이런 현상을 통해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20세기 초 프랑스 내과의사인 끌라빠렛드가 어떤 여자 환자를 진찰했습니다. 그 환자는 뇌 손상으로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능력을 모두 잃었습니다. 환자는 자신의 담당의사인 끌라빠렛드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었습니다. 환자는 자신의 담당의사인 끌라빠렛드에 대한 기억을 형성할 수 없었기 때문에 끌라빠렛드가 방에 들어설 때마다 의사는 매번 자신을 소개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주 심각해서 심지어 끌라빠렛드가 방을 나갔다가 몇 분 후에 다시 들어올 때에도 그 환자는 조금 전에 자신이 담당의사를 보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끌라빠렛드가 방에 들어갔습니다. 매번 그랬듯이 의사는 그 여자 환자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녀는 악수를 했습니다. 이때 그녀는 악수하자마자 손을 뒤로 뺐습니다. 왜냐하면 그때 끌라빠렛드가 손안에 압정을 숨기고 있다가 그것으로 그 환자를 찔렀기 때문입니다. 그 후에도 끌라빠렛드가 그 여자 환자를 만나기 위해서 다시 방에 들어가면 그녀는 여전히 의사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의사와 악수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왜 악수하지 않습니까?" 의사가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단지 악수하지 않았습니다. 끌라빠렛드가 악수하면서 압정으로 그녀의 손바닥을 찌른 후 그 의사는 특별한 정서적 의미를 띤 자극이 된 것입니다. 그녀는 그 상황에 대해 의식적인 기억은 하지 못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끌라빠렛드와 악수하는 것이 자신에게 해를 준다는 것을 학습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뇌는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불쾌한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이렇게 저장된 기억을 사용한 것입니다. 이 환자에게 어떤 기억은 남아 있고 어떤 기억은 형성할 수 없다는 것은 학습과 기억시스템이 적어도 두 개는 된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이 환자에게 두 개의 기억시스템이 작동하는데, 그 중 하나는 경험에 대한 기억을 형성하였다가 나중에 의식적으로 기억해 낼 수 있는 기억을 만드는 데 관련되는 기억시스템입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기억이라 하면 의식되는 기억을 생각합니다. 과학자들은 의식에 떠올릴 수 있는 의식적인 기억을 선언적 기억, 또는 외현적 기억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기억은 마음속에 떠올라 언어로 표현됩니다. 끌라빠렛드의 환자는 뇌 손상으로 이런 종류의 기억에 장애가 생긴 것입니다.
'각종 소식 및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식할 수 있는 기억과 의식 되지 않는 기억 3 (0) | 2023.01.20 |
---|---|
의식할 수 있는 기억과 의식 되지 않는 기억 2 (0) | 2023.01.20 |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5) 다양한 학습 시스템과 기억 시스템 (0) | 2023.01.19 |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4) 다양한 학습 시스템과 기억 시스템 (0) | 2023.01.19 |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3) 다양한 학습 시스템과 기억 시스템 (0) | 2023.01.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