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을 쓰면 창의성이 향상되는가

어떤 사람들은 간혹 나한테 '왼손을 많이 쓰면 창의적으로 됩니까?' 하고 물어봅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왼손을 담당하는 오른쪽 대뇌반구가 왼쪽 대뇌반구보다 더 창의적인 활동에 관련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을 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는 '과연 오른쪽 대뇌반구가 왼쪽 대뇌반구보다 더 창의적인가' 하는 것입니다.

 

좌우 대뇌반구의 기능 차이

 

왼쪽 대뇌반구와 오른쪽 대뇌 반구는 얼핏 보기에는 상호 대칭인 모양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두 반구의 차이란 단지 왼쪽 대 뇌반구는 오른쪽 몸의 감각과 운동에 관련되고, 오른쪽 대뇌반구는 왼쪽 몸의 감각이나 운동에 관련되는 것으로 그 외 다른 기능은 동일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좌우 대뇌반구의 기능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들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뇌 손상된 환자의 연구에서 나왔습니다. 어떤 뇌 손상 환자는 왼쪽 대뇌반구에 있는 브로카 영역에 손상을 입은 경우, 말이 매우 느려지고 발음이 명확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른쪽 대뇌반구에서 그에 대응되는 부위에 손상을 입은 환자는 말을 하고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왼쪽 대뇌반구의 측두엽과 두정엽이 만나는 부위인 베르니케 영역이 손상된 환자는 말을 빨리할 수 있고 발음도 명확했지만 환자가 하는 말은 전혀 말이 되지 않았습니다. 즉, 그 환자의 말에는 전혀 의미가 없었고 그 환자는 또한 남의 말이나 글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로부터 오른손잡이와 대부분의 왼손잡이에게서 언어중추가 왼쪽 대뇌반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오른쪽 대뇌반구 역시 왼쪽 대뇌반구에 못지않은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좌우 대뇌반구가 분리된 사람은 두 마음인가?

 

사람의 왼쪽 대뇌반구와 오른쪽 대뇌반구의 기능에 관한 증거는 좌우 대뇌반구가 분리된 환자를 연구한 데서 많이 나왔습니다. 심한 뇌전증 환자 중에는 약물로 치료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럴 때 뇌수술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의 한쪽 뇌에서 뉴런이 지나치게 많이 활동하면 이 과도한 활동이 좌우 대뇌반구를 연결하는 다리인 '뇌량'을 건너서 건너편 쪽 뇌로 전달됩니다. 그렇게 되면 뇌의 양쪽 대뇌반구가 모두 격렬하게 활동하여 서로를 자극하게 됩니다. 그러면 간질 발작은 더욱 커집니다. 격렬한 발작이 하루에도 여러 번 일어나면 그 환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이런 경우 뇌량을 절단하면 간질발작의 빈도가 대단히 줄어듭니다. 스페리나 가자니가같은 과학자는 이렇게 뇌량이 절단되어 두 대뇌반구가 분리된 환자들을 연구하여 노벨상을 탔습니다. 두 대뇌 반구는 몸의 반대쪽에서 감각 정보를 받고 또한 반대쪽의 운동을 통제합니다. 그렇지만 정상적인 뇌량을 가진 사람에게서는 두 대뇌반구가 뇌량을 통해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 때문에 각 대뇌 반구는 다른 쪽 대뇌반구가 지각하고 통제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개의 대뇌반구가 한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뇌량이 절단되어 두 대뇌반구의 연결이 끊어지면 각 대뇌반구는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각 대뇌반구의 감각계, 기억 그리고 운동계 등은 더 이상 서로 정보를 교환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환자를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뇌량을 절단한 수술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단지 하나의 대뇌반구, 대부분의 경우 왼쪽 대뇌반구만이 언어를 통제하여 자신을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간질환자의 오른쪽 반구는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결코 언어를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왼쪽 대뇌반구는 경험한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환자와 말을 하는 것은 그 환자의 왼쪽 대뇌반구와 말을 하는 것이 됩니다.

 

그때 오른쪽 대뇌반구는 무엇을 하는가?

 

이러한 환자들은 수술 후에 자기 왼손이 '그 자신의 마음 따로 가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환자는 매우 흥미 있는 소설책을 읽고 있다가도 자기 왼손이 책을 내려놓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는 왼손을 통제하는 오른쪽 대뇌반구가 읽지를 못하여, 책을 들고 있는 것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비키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비키는 일곱 살 난 딸이 있는 이혼녀입니다. 몇 해 전에 비키는 뇌량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후 비키는 종종 이상한 경험을 합니다. 예를 들면 비키가 자신이 그날 입을 옷을 고르는 데 자기 왼손이 자꾸 서랍을 열어서 또 다른 옷을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비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의 왼손은 내가 전혀 원하지 않는 옷을 고르곤 합니다. 이미 속옷을 입고 있는 데에도 그렇습니다. 나는 종종 속옷을 입었는 데에도 또 다른 속옷을 입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비키의 좌우 대뇌반구는 더 이상 정보를 서로 주고받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비키가 성냥불을 댕긴다면 각각의 손은 반대편 대뇌반구에 의해서 통제됩니다. 그리고 통제하는 대뇌반구는 자신이 하는 일을 알고 있습니다. 비키가 자신의 양손을 모두 볼 수 있을 때는 양손을 통합할 수 있습니다. 만약 비키의 눈을 가린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럴 때 비키가 왼손으로 성냥갑을 쥐고 있다면 이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왼손의 정보는 오른쪽 대뇌반구에만 들어가는데 언어를 통제하는 뇌 부위들은 주로 왼쪽 반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눈을 가렸을 때 왼쪽 반구는 오른손으로 성냥을 들고 있을 때만 이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 대뇌반구는 왼쪽 대뇌반구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감정표현도 더 잘합니다. 좌우 대뇌반구가 분리된 사람들의 오른쪽 대뇌반구는 정서를 잘 느끼고 이를 신체로 표현합니다.